"더 이상은 못 버틴다" 잇달아 파산…중소기업의 '눈물'

입력 2023-11-15 10:03   수정 2023-11-15 14:21



고금리 장기화의 여파가 미국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2년 만에 자본조달 비용이 2배 가까이 늘자 기업들이 신규 시설 투자와 고용을 줄이거나 파산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정책 효과가 생각보다 빨리 실물 경기에 반영되면서 금리를 더 일찍, 큰 폭으로 내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현지시간) "중소기업들이 장비 구매 및 시설 확장 계획을 연기하고 채용을 연기하고 제때 대금을 돌려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아이오와주에서 티셔츠 공장을 운영하는 팀 로렌은 최근 5만달러짜리 디지털 프린팅 기계를 구매하는 계획을 연기했다. 로렌은 "내년 1~2월이면 일반적으로 매출이 둔화하는데, 대출 비용을 내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그는 이자비용을 내기 위해 올 봄까지 장비 구입을 멈추고 현금을 모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뉴욕주에 있는 정밀 판금 가공 회사인 이글메탈크래프트는 지난해 12월 광섬유레이저 절단기계를 주문했지만 제 때 물건을 못 받았다. 그 동안 대출 계약이 두 개 파기됐고 대출 비용은 계획보다 월 2000달러 늘었다. 직원 두 명을 늘리려는 계획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이글메탈크래프트의 사장인 마이클 바워는 "이제 기업을 성장시키기보다는 유지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했다.

일리노이주 항공 연료 공급장비 유통업체인 베커에비에이션은 지난해 2월 연 4.5%에서 9.75%까지 오른 이자비용을 내기 위해 대금 회수를 서두르고 있다. 더그 커크만 베커에비에이션 부사장은 "이번 달 우리는 역대 최고 실적을 내고 있지만 숫자를 보면 이익은 아주 실망스럽다"고 토로했다.

미 전국자영업연맹에 따르면 중소기업 단기 대출 평균 이자율은 지난 3개월 동안 연 9% 이상으로 2021년 8월(연 4.6%)보다 2배 이상 높다. 골드만삭스가 지난달 중소기업 1200개 이상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의 결과도 비슷하다. 중소기업들이 지난 9월 지불한 이자율은 평균 연 9.8%로 2006년 12월 이래 가장 높다. 응답 기업의 53%는 현재 금리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다고 응답했다.

실제 대출 총량도 줄었다.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중소기업 신규 대출 총액은 전년 동기 대비 16.8% 감소했다.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고금리에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매출에서 자본 조달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 크기 때문이다. 2021년 기준 미국 대기업 이자비용은 매출의 2% 수준인 반면 중소기업은 그 3배인 6%에 달했다. 현금 흐름 악화는 파산 증가로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파산협회는 올 초부터 지난 9월28일까지 중소기업들이 주로 이용하는 서브챕터V를 통한 파산 청원 건수가 지난해와 비슷하다고 전했다.

실물 경기 위축을 이유로 Fed가 내년 기준금리를 현재의 절반 수준인 2.5~2.75%까지 내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2024년 성장률이 크게 둔화하고 실업률이 상승하며 기준금리가 의미있게 내려갈 것"이라며 이같이 전망했다. 이는 기준금리를 지금보다 275bp(1bp=0.01%포인트) 내린다는 뜻으로 월가 전망치보다 4배 가량 큰 인하 폭이다.

아 렌드 캅테인 UBS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신용 조건이 1년 전보다 훨씬 더 나쁘다"라며 "미국에서는 해고의 전조라고 볼 수 있는 마진 압박이 있어 경제 전체에 큰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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